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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소설]귀신을 보는 눈 (1)
보낸이:  
일렉선녀 (john)             2013-12-08 04:47:27      조회:535
나는 그녀를 일관계로 처음 만났다. 짙고도 떡진 피부화장에 다른 색조화장은 전혀하지 않은 얼굴에, 스타일은 오터쿠냄새가 짙고, 어딘가 만만해보이는 여성이어서 나는 그녀가 좋았다. 나는 왜인지 '갑'임에도 불구하고 외부협력업체의 중년의 공장장에게도 존내 치이고 당연히 상사에게도 항상 치이고 어쩔줄몰라하는 애송이엿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어딘가 일코를 모르는 오타쿠느낌에 또 만만해보이기 까지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이사람이라면 치이거나 놀림당하지 않고 비슷한 나이대의 동등한 프로페셔널로써 함께 일을 할수있겠구나 싶어 안도했었다.

나는 그녀에게 나는 보시다시피 병신 애송이임을 솔직하게 밝히고 '일'에 관한 제안을 하였다. 그녀가 하는일은 진짜 보석을 사용하여 옷감에 고도로 복잡한 자수를 놓는 수작업인데 그녀의 작품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쩔었다. 그렇지만 왜인지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그녀의 자수는 실물로 보았을떄의 위압감과 눈부심을 잃고 그저그런 촌스러움과 뽕끼를 간신히 벗어난 약간의 정교함이 살짝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저 그런 물건일뿐이었다.

그러나 헤드 디자이너는 어느날 우연히 파리에 갔다가 샹젤리제거리에 있는 웨딩드레스용 부티크에 걸린 그녀의 크리스탈과 실크레이스로 된 1미터짜리 자수작품을 보고 육천유로를 주고 그것을 사왔다. 그리고 그것을 사무실에 걸어놓고 이게 바로 우리의 다음시즌이 될거라고 하였다.

나는 헤드디자이너의 위대한 안목과 시기적절한 선택을 마구 찬양하며 당장 그 자수를 한 예술가를 찾아야했다.

상사가 자수를 산 부티크에 전화를 해보고 구글링을 해본뒤 나는 그녀의 연락처를 알수잇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내또래의 찌질해보이는 인상의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만나서 꼭 빤쓰에 오줌 지릴것처럼 반갑다고 인사를 한뒤 그녀에게 친근감을 주기위해 최대한 소탈한척을 하며 "주말에 뭐했어? 나는 집에서 컴퓨터로 악플링하고 심즈나 하면서 주말을 보내지." 라고 말을 붙여보았다. 그녀는 무성의하게 "난 친구랑 놀았어." 라며 무슨 초면부터 만나서 갑자기 덕후같은 소리를 하는거냐? 같은 태도를 보였다.

나는 그녀의 그런 태도를 감지하고 바로 태도를 바꾸어서 프로패셔널한척하면서 대충 일이야기를 꺼냈다. 하여간 그녀와 나는 그럭저럭 일이야기를 할수있었고 그녀에게 콜라보레이션의 약속을 받아낼수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집에 가진 재봉틀이 아니면 작업하기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샘플실에 와서 작업하는것을 죽도록 싫어했고 새로운 패턴이니 이번에 사용할 실크니 하는것을 회사에서 기차로 2시간정도 떨어진 그녀의 집까지 거의 매일같이 날라야했던것은 나였다. 그녀에게 디자이너가 원하는것을 정확하게 설명해줘야하고 그녀로써도 디자이너의 기본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에 대해서 계속 설명해야하고 그러한 이유로 쉽게 택배나 학생인턴을 보낼수도 없는일이었다.

나는 이번시즌 내내 거의 매일매일 하루에 4시간정도를 순수히 이동하면서 보냈으며 그것때문에 이동하는것말고 내가 맡아서 하면 더 잘할수있는 다른일들에게서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나는 비슷한또래인 그녀를 마음속으로 원망하며 저렇게 지독히도 사회생활 좆같이하는데도 우연히 가끔가다가 얻어 걸리듯이 꽂히는 사람이 있어서 저렇게 행동할수있는거겠지.. 아 예술가의 길이여 재능이란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인생의 씁슬함에 쓴웃음을 지었다..후후후

시즌의 후반부쯤 가서 더이상 그녀와의 공동 작업은 거의 필요없어지고 이제 다른일들만 남은 상태에서 아마도 이것이 패션위크전까지의 마지막 정기적인 방문이 될 예정인 날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회사로 돌아가기전에 차라도 한잔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존나 바빠죽겠는데 끝까지 진상떠네 씨발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제안에 매우 기분이 좋은척하였다. 그녀는 이번에는 먼저 나에게 케이팝이니 빅뱅이니 하는 덕후같은 이야기를 꺼냈고 우리는 담소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녀에게 패션위크가 시작되기전에 캣워크의 초대권을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그녀와 작별했다.

그뒤로 나는 정신없이 일했다. 룩북이니 에디토리얼이니 하는것들과 짧은시간안에 이것저것 해야할것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패션위크가 시작되고 런웨이에 올라갈 최종모델들과 아웃핏들의 순서와 갯수같은 우아하고 재밌는것들은 헤드 디자이너가 결정하지만 막상 패션위크의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사이즈가 1-2인치씩 줄어드는 뼈다귀같은 모델들의 몸에 딱맞게 피팅을 고쳐야하는것도 나의 몫이었고 멍청한 인턴이 밟아서 틑어진 드레스의 밑단을 고치는것도 스타일링용 헤드기어가 떨어진것을 최대한 감쪽같이 글루건으로 고치는고 사포로 밀고 다시 페인트칠을 하는것도 나였다.. 런웨이 48-24시간전부터는 거의 비상이었다.  

나는 몆일간 쉬지를 못해서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모델들의 피팅을 하고있을때였다. 의외로 그녀가 백스테이지로 와서 인사를 하였다. 나는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시며 기자들이나 상대하지 않고 왜 이런 전쟁터에 오셨수? 라는 표정을 지으며 간신히 인사를 나누었다. 정신없이 20명이 넘는 남녀모델들의 순서를 체크하고 피팅을 체크하는데 아까전에 모든 확인을 끝내놓아 런웨이에 서기 직전에 입고 나갈 모델말고는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야할 옷걸이용 레일을 어떤 첨보는 중년남자가 만지는것이 아닌가?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모델에게 옷을 입혀보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그남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뒤에서 그녀가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녀에게 눈인사를 한뒤 다시 그 남자에게 호통칠준비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내가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그 남자는 온데간에 없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모델들은 반쯤 옷을 입은체로 내가 뭐하는지 전혀 눈치못챈듯한 표정으로 예쁘고 나른한 표정들을 짓고잇었고 그외 다른사람들은 바쁘게 백스테이지의 반대편에서 막 뛰어다니고 있었다. 오직 자수디자이너인 그녀만이 고개를 으쓱해보일뿐이었다.

나는 귀신을 보았거나 말았거나 시간전까지 피팅을 완료하고 순서를 재확인해야한다.

결국 나는 그녀와 내가 옷걸이레일근처에서 본것에 대해 서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날을 그렇게 보냈다.

http://sodo.byus.net/bbs/15 

[답변1]
보낸이: 코마네치 (lensman) 

답변일시 : 2013-12-08 11:33:24  x

헐 넘 흥미진진하네여.. 그 남자는 혹시 보석도둑이 아닐까여? ㄷㄷㄷ 혹시 정보석이 아닐까여? ㄷㄷㄷ
[답변2]
보낸이: DJUNA (djuna01) 

답변일시 : 2013-12-08 16:36:59  x

제 소설보다 낫군요. 다음 편도 빨리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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